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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하고 너디한 생각들/📖 책

[서평]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

by 오월OWOL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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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보다 무기력했다.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러다 동료의 추천으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30년 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해 오신 김혜남 선생님이시다.

책의 제목만 보았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건 김혜남 선생님께서 파킨슨 병을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해내오셨다는 점을 알게 된 이후였다.


어떻게 사는게 재밌을 수 있지?

책을 읽기 전 나는 또 꽤나 긴 무기력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특히나 일을 할 때는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도 괴로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작가의 삶이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그 힘든 병을 앓으면서도 끝까지 일을 하고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었을까.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가는게 시작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누군가 나에게 삶의 즐거움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시부모까지 모시는 며느리로서

하루에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다.

작가는 그 시절의 회상하며 그저 하루를 버텨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 시절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렇게 버텨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문득 돌이켜보니 내 삶은 '해야 한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해야하고, 대학을 가야하고, 취업을 해야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하고..

평범한 삶의 형태지만 인생이, 삶이 정말 이게 다 인가?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해야 한다'를 버리고 '하고 싶다'를 늘려가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걸 하는데도 왜 재미가 없지

치열하게 살아오던 작가에게 파킨슨 병이 찾아온 것은 그의 나이 43세 였을 때다.

나조차도 정말 가혹하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어땠을까.

심지어 작가는 의사였기 때문에 병의 예후를 더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더 두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절망은 작가의 삶을 꺾지 못했다.

진단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한달이 지났을 즈음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이러고 있지?' 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그렇게 일어나 하루를 살고, 또 다음 날을 살고 그리하여 진료와 강의도 계속하고 5권의 책을 냈으며 엄마와 며느리로서도 충실히 살아왔다고 한다.

 

나는 어떠한가.

3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하는 작가보다 시간도 많고, 더 건강하다.

그런데도 진짜 해야하는 것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을까? 아닐 것이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까. 왜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해도 재미가 없을까.

무엇이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실은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 봤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거라는 걱정,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엇이든 시도해 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떤 일에도 쉽사리 호기심을 갖지 못한다.

위 대목을 읽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실의 거울을 보는 것 마냥 소름이 돋았다.

나에게 시간이 없는게 아니다. 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자신이 없어 가만히 웅크리고 있으려고만 하는 겁쟁이인 것이다.

그러면서 겁쟁이인 자신을 들키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온갖 방어기제를 세워두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자. 그리고 재밌게 살자고 마음 먹자.

작가는 어떻게 절망하지 않고 그 많은 일을 해내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냐는 물음에

'그냥 재밌게 살자고 마음 먹었을 뿐이다' 고 말한다.

그 부분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다.

'누가 길거리 공연을 하나 보다’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냥 몇 곡 듣고 ‘잘하네’ 혼자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호응해 주고 감탄해 주면 그 순간의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 간단한 몇 마디로 몇 배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세상에 이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사실 이는 모두 그날그날의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내 노력들이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관점을 바꾸면 된다' 이런 말들을 사실 잘 받아드리지 않았다.

허울 좋은 말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것이 세상의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를 정하고 그 태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이런것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현실의 짐들을 등에 짊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진 현실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이만 먹었지 아직도 한참 어린애다.

책임은 지고 싶지 않고 재미만 갖고 싶다.

하지만 영원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어른이 되자. 그리고 재밌게 살자.


책의 많은 부분이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지금 무기력하다면 어딘가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끝으로 김혜남 선생님께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원하시는 바를 다 이루시도록 바라본다.

 

 

이 책 읽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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