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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는 약속장소에 일찍가는 것을 선호한다.
일찍 도착하는 것엔 장점이 많다.
옷매무새를 한 번더 점검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여유가 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 매일의 약속 중 하나는 학교를 가는 것이었다.
학교에 일찍 가는 것에는 여유보다 더 좋은 장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빈 교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빈 교실이 좋아서 학교를 일찍 갔던 것도 같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 들어서면 옅은 분필 냄새와 함께
낮 동안은 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가 있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 차가운 책상, 저마다 개성적인 의자들.
그리고 고요함.
어떤 날은 교단에서, 어떤 날은 창가에서, 어떤 날은 자리에서
그렇게 물끄러미 빈 교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애틋한 감정이 들곤 했는데
나는 그것이 그 공간에 남아 있는 나와 친구들의 추억과 에너지라고 생각했다.
최근의 삶에는 그런 애틋함을 주는 공간이 없는 것 같다.
정을 주지 않아서 인지, 치열하게 살지 않아서 인지...
어쩌면 그때처럼 많은 사람들과 순수하게 함께 했던 것이 유일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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