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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게 됐음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자꾸 그 사람을 생각한다던가, 제대로 말을 못 한다던가, 얼굴이 빨개진다던가..
나에게는 이런 것들보다 확실한 증표가 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손목과 이어지는 끝 부분 그러니까 손바닥이 시작되는 바로 그 부분이
끝이 둔탁한 망치 같은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린다.
그것은 정말 신기한 느낌이다.
마치 심장의 순간적인 박동이 손으로 전해지는 느낌.
한 번이었다면 그러느니 하고 잊혀졌을 느낌이지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함을 깨닫는 매 순간
그 느낌이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사랑이란 감정의 증표로 생각하게 됐다.
조금 슬프지만 내게 통증을 주었던 사람들은 나와는 이어지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혈관이 터질 만큼 요동치는 박동이라니.. 아련하고 애달프다.
일상의 권태를 느낄 때 나는 종종 그 통증을 찾아 헤맨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망 없는 희망만을 주는 사랑의 증표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 다시 그런 사람을 마주칠 날이 있을까.
괜시리 통증이 있던 그 자리만 만지작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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