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치하고 너디한 생각들

0016_210521 | 중독

by 오월OWOL 2021. 5. 21.
반응형

시뮬레이션 게임은 내게 마약과도 같다.

문명, 농장키우기, 심시티 빌드잇 등이 그런 게임이다.

RPG 게임 같은 경우는 레벨업 하면서 쉽게 질려 버리곤 하는데

이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내게 정해진 할 일이 없었더라면 아마 하루종일 붙잡고 있겠지.

 

마약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정말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피드백, 성취와 보상 그리고 광고 리워드를 주면서 게임을 끌 수 없게 만든다.

10분만, 30분만 하자고 되뇌이다 보면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남은 것은 허무함과 자기 혐오감이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대학 동기와의 대화가 있다.

그 때 한창 캔디크러시 라는 게임이 유행했었고 나 또한 미친듯이 퍼즐을 풀고 있을 때였다.

동기에게 '너는 하는 게임 없어?'라고 가볍게 던진 질문에 동기 왈

'나는 내가 중독이 될 만한 것들은 시작하지 않아'

 

그 때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니 솔직히는 좀 빡빡하게 사네? 라고 생각했던듯 하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똑똑한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든 직감으로 알고 있던 것이든 그 동기는 중독되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시작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어딘가 헛헛한 기분에 어제 저녁 나는 금기의 봉인을 뜯고 '헤이데이'와 'The Trail' 게임을 다시 다운 받았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예전의 감을 찾고 자정까지 눈이 벌개지도록 게임을 끄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아침까지도 이어졌다.

남는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현실을 외면하고자, 조금 귀찮은 일을 미루고자

중독이라는 비겁한 변명에 몸을 숨겨버리는 짓은 오늘로 그만 두어야지.

시작하지 않으면 중독되지 않는다.

시작하고 싶을 때 다른 것으로 재빨리 주의를 돌려버리자.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