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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하고 너디한 생각들

0017_210522 | 무기력과 두려움 그리고 달리기

by 오월OWOL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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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운동은 좋아했지만 달리기만은 정말 싫어 했었는데 살면서 싫은 것들도 끝을 봐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도전하게 됐다.

문제는 꾸준히 달리지 않아서 인지 달릴 때마다 달라지는 페이스에 몸이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응 중 하나로 오른쪽 갈비뼈 부근의 옆구리에 쿡쿡 통증이 온다.

찾아보니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거나 호흡이 적절하지 못할 때 횡격막의 압박을 받은 내장기관이 경련을 일으키는 거란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지독한 성과주의자 같으니..'

 

나는 성과를 통해 보람과 활력을 얻는 <강한 성과형> 성향을 가졌다.

무언가 행동을 하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고 판단되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0 아니면 100. 나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달리기는 나에게 가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빨리 달리지도 길게 달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굉장한 압박이다.

통증이 찾아와 뛰기를 중단할 때 이정도면 됐다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더 달리지 못함을 책망한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러너'의 모습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 피곤한 성격이다.

 

달리기 뿐만일까.

나는 수시로 무기력증을 겪는다.

이제 어느덧 만성이 되어버려서 적당하게 조절할 줄 알게 되었지만 그 기분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

무기력증이 찾아오는 패턴은 매번 비슷하다.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책이나 강의 등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학교를 떠나온지 오래.

요즈음 내가 해야하는 것들은 커리큘럼 따윈 없다.

정답도 없는데 커리큘럼이 있을리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대중적 분위기에 휩쓸릴때,

책을 들여다봐도 뭔지 모르겠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해야만 하는가 라는 두려움이 치밀어 올 때 무기력이 찾아온다.

모두가 성과지향적인 나의 성향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왜 천천히 달릴 생각을 못하는 걸까.

가야할 곳이 명확하다면 돌아가든 뒤로가든 도착만 하면 되는 것을 왜 자꾸 빨리만 가려는 걸까.

아직 한참을 성장해야할 어린 나의 마음이다.

 

내일부턴 달리는 습관을 바꿔보려 한다.

중간에 걷든 멈추든 무조건 목표한 거리를 달성하기로.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치고 나가는 힘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0과 100 사이를 견뎌내는 인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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